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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리뷰

어른이 되는 방법

4권 46page
-        타인의 아픔을 이해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싱고
        같은 경험을 해도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살아온 인생이 다르면 가치관과 사고방식도 전혀 다른 법이야.
-        하지만 자신의 아픔은 자신밖에 모른다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아유무나 너나 아직 그렇게 오래 살진 않았어.
        나도 머리로는 알아도 그게 생각대로 잘 안 되거든.
-        고로는 어른이잖아.
-        아직 20년밖에 안 살았어.
        단지 말야, 싱고. 알아주는 것보다도 알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해.
        적어도 형은 그렇게 생각해. 좋은 어른이 돼라, 싱고.


7권 199page
-        저어..., 내가 사귀는 사람 얘길 듣고 다들 깜짝 놀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특별히 난 연하의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냐.
-        알아요. 좋아하게 된 상대가 우연히 중학생이었다는 얘기죠?
-        그런 것도 아냐. 처음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내가 이토록 그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건,
        그를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연애도 인간관계의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자신의 조건에 조금 안 맞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알려고조차 안 하는 건,
        어쩌면 굉장히 아까운 일일지도 모르잖아?
        자신의 가치관 바깥쪽에 있는 사람이,
        어쩌면 평생의 친구가 될 사람이었을지도 몰라.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다른 가치관 속에 있었기 때문에
        최고의 존재가 될지도 모르잖아.
        어떤 신조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신조와 정반대의 것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다양한 자기자신을 갖는 건 기회주의와는 달라.
        자기자신을 넓게 갖고,
        마음의 안테나를 크게 펼치는 편이 풍요로운 인생이 될 거라고 생각해!


7권 304 page
-        고로... 여자를 위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있어?
        있잖아, 내가 쿠미코를 지키고 싶어하는 건,
        쿠미코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은 날 위해서일까?
        그렇다면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뭔가를 하는 것도,
        실은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가 기분 좋기 위해서일까?
        극단적인 얘기로 누군가를 대신해서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 사람이 죽으면 자신이 괴롭기 때문에?
        상대가 똑같이 슬퍼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이 죽는 편을 택하는 건,
        실은 자신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        그런 소린 누구한테 들었냐?
-        뭐..뭐야! 왜 남한테 들은 말이라고 생각하는 건데?
-        그야 척 들어보니까 여자애의 발상인걸. 쿠미코?
-        아, 아냐. 같은 학년의 여자애가 그랬어.
        누구나 자기자신이 제일 소중하다고, 연애도 그런 거라고...
-        그야 그런 식으로 생각하자면 한이 없겠지만,
        싱고가 쿠미코를 지켜주면 쿠미코도 기쁠 거라고 생각해.
        싱고가 쿠미코를 기쁘게 해주면 쿠미코는 싱고로 인해 기뻐하게 되는 거니까,
        요하자면 마음먹기 나름이지.
         '나만 혼자 즐거운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되는 거야.
        자기가 즐거우면 상대도 즐거운 법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자신감은 가져야지.


8권 295 page
-        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세상은 대부분 어른들 사정에 맞춰서 움직이잖아.
-        사회를 운영하는 게 어른이니까.
-        난 아직은 이대로가 좋은데.
        하고 싶은 것도 전부 참아야 되고, 싫은 사람과도 얘기하고
        그래야 되는 게 어른이라면 말야.
-        나이는 어른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적당히 사는 사람도 있잖아.
-        그런 사람은 다른 어른들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        그럼 모두가 똑같아지지 않으면 어른이 아닌 거야?
        자신의 의견을 가진 사람은 어린애인 거야?

-        그게 말이지.. 여기에 두 가지 색깔의 유리잔이 있지?
        빨간 컵이 싱고, 노란 쪽이 조나단이라고 하자구나.
        두개가 겹쳐져서 섞인 부분이 오렌지색이 되지?
        이 오렌지 부분이 타협한 부분. 절충점을 찾은 부분이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둘이 손을 잡았다고 해서 전부 오렌지가 되는 건 아냐.
        빨강과 노랑 부분은 엄연히 남아 있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그대로, 허락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색으로 바꾸는 거야.
        아주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        이쪽의 파란 컵은?
-        그건 누굴까. 이리 줘보겠니?
        파랑과 빨강 사이에 보라가 생기고, 노랑과 파랑 사이에 초록이 생겼구나.
        가운데 부분은 더 복잡한 색이 됐지? 인간관계도 유리컵과 마찬가지야.
        (새로운 색이 늘어나면, 자신의 원래 색은 점점 줄어들고 말지만,
        새로운 색과의 사이에도 점점 다양한 색들이 태어난다.)
-        하지만 한가운데가 점점 진해지다 보면, 결국은 까만색이 돼버리잖아요.
        어른이 된다는 건 혼탁해져가는 건가요?
-        가운데 색은 혼탁해진 게 아니야. 깊이를 더해간 거지.




이 만화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 였던 것 같다. 한창 일본 순정만화에 질려가고 있을 무렵, 책방 아저씨가 나에게 추천해주었던 만화이고 아저씨가 나에게 소개해준 말은 이런 것이였다. "'아기와 나'를 그린 작가와 친해서 그림이 비슷하고 단편적으로 되어 있어서 보기도 부담되지 않는 만화" 라고. 물론, 아저씨의 그 말도 어떤 의미로는 맞는 것 같지만 단편적인 만화라기 보다는 한 커플의 성장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때 두권 정도 보다 못보고 십년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애장판으로 구할 수 있었다. 절판이 되어 있어서 그동안 중고로도 구하지 못하던 터라 애장판으로 나왔다는 말을 듣고 바로 구입해서 꼭꼭 간직하고 있다가 기나긴 추석연휴에 몰아서 다 읽어버렸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 읽을 때에는 그냥 나이 많고 어리버리한 여자애와 어리지만 듬직하고자 하는 남자애의 이야기였는데, 대학생이 되어서 보니, 바뀌어진 책 제목처럼 정말 어른이 되는 방법에 관한 책인 것 같다.


초등학생인 싱고는 고등학생인 쿠미코보다 7살 아래이고 키도 30cm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싱고는 쿠미코에게는 가장 멋진 남자이고 싶고 쿠미코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에 항상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서는 싱고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에 가서 쿠미코보다 키가 크게 되고 대학에 간 이후에는 쿠미코가 싱고의 어께에 기댈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때 까지의 싱고가 훨씬 귀엽다.. ㅠ_ㅠ 책상 의자에 걸터앉아서 쿠미코를 안아주는 싱고의 모습은.. 귀엽고도 든든한 소년의 모습이였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외적인 성장만이 줄거리는 아니다.
단순하고 잘 울고 내향적이고 말은 많이 없지만 남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떳떳하게 살고 싶어하는 쿠미코와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고 친구를 괴롭히면 몇학년 상급생이라 해도 싸워서 혼내주고 선생님에게도 하고 싶은 말은 당당하게 하지만 자신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안좋은 시선을 받게 되는건 두려운 싱고는 어찌보면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다르던 두 사람이 만나고 싸우면서 서로가 맞춰가는 것이다. 그러한 것을 이 만화 전반에서는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라고 표현을 했다. 이러한 성장은 이 두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두 주인공, 싱고와 쿠미코, 그리고 주변사람들 간에 계속 갈등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에 관해 8권에서는 이렇게 정리해서 말한다.

- 여기에 두 가지 색깔의 유리잔이 있지? 빨간 컵이 싱고, 노란 쪽이 조나단이라고 하자구나. 두개가 겹쳐져서 섞인 부분이 오렌지색이 되지? 이 오렌지 부분이 타협한 부분. 절충점을 찾은 부분이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둘이 손을 잡았다고 해서 전부 오렌지가 되는 건 아냐. 빨강과 노랑 부분은 엄연히 남아 있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그대로, 허락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색으로 바꾸는 거야. 아주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리고 이런 체격적인 면이나 성격 이외에도 언제까지나 아이일 수만은 없다는 것이 한가지 면에서 더 변화를 보여준다. 손만 잡아도 의식하고 놀라던 쿠미코의 모습, 살짝 키스 하고는 둘 다 얼굴이 빨개지던 모습에서 임신을 걱정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로의 변화는, 어쩌면 어린 소년 소녀의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는 한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약간의 배신감도 들었을 정도..^-^;;


이렇게 주인공의 성장 모습을 보는 것이 이 만화를 보게 되는 주된 이유라 하면,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일본의 문화를 보게 되는 것은 조미료와 같은 재미를 주었다. 삼대째 내려오는 가업인 목욕탕을 잇는 것이 꿈인 싱고, 불꽃놀이 집안의 후계자인 네기시의 모습에서 대대로 가업을 잇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초중고 시절에는 나이가 동갑이거나 자신보다 연하이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친숙도에 따라 성을 부르느냐 아니면 이름을 부르느냐 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이 낯설고 이해가 안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의 경우 고등학교도 무시험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사립 중학교라 해서 중학교 입시가 있다는 것이 약간의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이 만화는 싱고가 초등학생, 중학생일 때를 중심으로 다루며 고등학교는 입학을 무사히(?) 했다는 것만 밝히고 마지막 마무리로 대학생인 싱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현재 대학생인 나로서는 아직 스스로가 충분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커가는 싱고와 쿠미코, 그리고 그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웃을 수 있는 것은- 나 역시 그러한 시기를 밟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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