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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육아

모유 수유에 대한 내 경험

임신 중에는 출산만 두려웠다.

출산만 하고 나면 모든 것은 어떻게든 굴러갈 줄 알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처음이고 어려웠으니..

가장 처음 봉착한 문제는 모유수유였다.


포유류이면서 이렇게 젖먹이는 것이 어려울 줄 몰랐다.

인터넷에서 본 말인데 나도 정말 공감한다.

마르지도 않았고 임신 기간 내 힘들지 않았던지라 더 예상 외였다.



1. 산부인과에서...


어디서 주워들은건 있어서 산부인과에 물어봤었다.

"아이 낳고 젖 물리게 해주시나요?"

당연하다고 했고, 

실제로 출산 후 아이를 목욕시키고 인큐베이터에서 체온을 좀 높이고 다시 데리고 온 아이는 

놀랍게도 젖을 힘차게 빨았다.

누군가 내 가슴 안에 있는 실을 세게 잡아당긴다면 그런 느낌일 것 같았다.


한쪽만 한참 물리고 데려갔고, 

신생아실에 여러번 요청 후 6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아이는 내 병실로 와서 다른쪽도 물고 갔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잘 먹을 수 있는지도 보고 탈수도 막을 겸 분유를 먹인다고 했었다.

그래서인가 둘째날에는 물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아이가 울어버렸다.

가슴 위에 분유를 두어방울 흘려보내주자 물었고, 빼니까 울었다.


병원에서는 아직 똑바로 앉기 힘들어 몇번 못물려봤다.

그리고 아이가 잠이 깊이 들어나, 안물고 울기만 해서 못물린 적도 있었다.

이때는 아이가 울면 큰일이라도 날듯 바로 신생아실로 데려갔었다.



2. 조리원에서...


조리원에 가면 제일 처음에 듣는 말이 있다.

산모의 회복을 위해 무리하지 말고 힘들면 한타임씩 쉬며 수유하라고 했다.

그리고 밤에는 푹 자고 원하면 새벽 6시에 수유콜을 해주겠다고 했다.

이때만해도 새벽 6시면 엄청 빠르다고 생각했다.

6시 정도에 아기들 옷을 싹 갈아입히면서 애기가 깨면 수유콜을 주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간 첫날도 물려보고,

둘째날인가부터 매일 6시에 맞춰 일어났고, 밤 12시에 자기 전에 콜이 올때마다 데려와 물렸다.

내딴에는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유축해도 양쪽에 40ml 나오고 옆에서 80, 120, 200씩 나오는 엄마들을 보며 부러웠다.

제일 많이 나온 날은 50ml 나왔다.

하지만 새벽에 시간이 되면 젖이 새어나오고, 다른 애기가 우는 소리를 들어도 젖이 새는 것을 보며 모유 수유하는데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조리원에서는 수유콜을 해서 엄마가 젖을 물린 다음 신생아실로 데려가면 분유를 더 먹을 것 같으면 먹인다. 그리고 밤이나 병원 일정이나 식사, 운동 등의 이유로 엄마가 수유할 상황이 되지 않으면 분유를 먹인다. 아기 무게나 몇일 된 아기인지에 따라 양을 정해서 주고 잘 먹으면 늘려가는 것 같았다.


우리 아이는 황달은 미미하게 지나간 것 같고 비교적 잘 무는 아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나고 후회하는 것이 밤중 수유를 한번이라도 했어야 했다는 점, 그리고 낮시간에도 가능하면 데리고 있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신생아 - 생후 4주까지 -의 경우 빠는 힘도 적고 양도 작기 때문에 수시로 배고플때마다 물려야 하고,

그렇게 자주 물리는 횟수를 늘리는 것이 또한 모유 수유에 중요하다고 한다.

젖을 한번 물렸다고 분유를 보충해주면 아이는 쉽게 먹을 수 있는 분유로 배를 채우고 자기 때문에-

빠는 힘도 늘지 않은 채로 먹는 양만 늘게 되고 마찬가지로 모유의 양도 늘지 않는다.

또한 분만 후 몇일 내 젖이 확 느는 시점이 있다는데 늘상 하던대로 수유콜만 기다리고 안물리다보면 젖은 다시 줄게 되고 미처 못빠진 젖이 유방에 남아 안좋다고 한다.



3. 조리원 퇴소 후...


집에 오니 주변이 바뀌어 아이는 울고, 나는 정신이 없고.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려니 분유를 급히 타서 먹였지만 최대한 분유를 먹이지 않으려 했다.

충분히 먹으면 아이는 잔다는 생각에 한시간도 물려봤고, 

하루 중 물리고 있는 시간이 물리지 않은 시간보다 길었던 것 같다.

아이는 먹는 양만 늘어난 채로 집에 왔으니 쉽사리 배가 차지 않았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나보다 좀 일찍 아이를 낳은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어가며 혼란스러웠다.

완모를 하려면 분유를 끊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분유 한타임/모유 한타임을 하며 엄마도 쉬고 애도 잘 먹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한 방법은 일단 젖을 물리되 젖을 물고 울며 보채고 내 스스로도 젖이 허전하면

분유를 조리원에서 먹던 양 정도로 먹였다.

하루에 한번에서 세번씩 먹였던 것 같고, 주로 오후 시간이였던 것 같다.

분유를 먹으면 한번은 푹 잤고 때로는 밤잠으로 넘어갔다.

친정에 있던 한달간 열심히 밥먹고 아이한테 젖물리는 것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날인가부터 분유를 안먹이고도 아이가 칭얼대지 않은 채 하루를 넘길 수 있었다.

이게 잘한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이는 젖먹다 힘들어 지쳐 잠든것 뿐인데 내가 충분히 먹이지 않은 것은 아닐지-


모유를 먹는 아이는 소변 기저귀 개수로 잘 먹는지를 본다고 하는데 기저귀는 충분했다.

하지만 몸무게는 더디게 늘었다.



4. 밤중 수유 / 유축...


육아에 관해 내가 다른 애기엄마들보다 복받은 것 한가지는 아이가 밤잠이 있다는 것이였다.

조리원에서 퇴소하기 이전부터 한타임 길게 놀고 한타임 길게 자는 시간이 있었다.

조리원에서는 주로 오전에 길게 놀고 오후에 점심시간부터 저녁시간까지 잤었다.

퇴소한 이후에는 저녁 6시 전후부터 12시에서 한시 사이까지 잤었고,

2시간 혹은 3시간마다 한번씩은 물려야 한다는 말에 아기가 잘 때 따라 자긴 하되 

알람맞춰놓고 혼자 한번씩 일어나 유축을 했다.

하지만 낮시간에 젖물고 자는 것 이외에는 잘 안자는 아기였기 때문에 낮에 더 잘 수가 없었고,

유축한 젖을 매일 챙겨 먹이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였다.

아이가 젖병으로 먹으면서 토하는것까지 한번 보게 되었고

그래서 밤에 하던 유축을 끊어보았다.

처음 며칠은 힘들었지만 곧 내 몸은 적응했고 유축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젖양이 줄어드는 결과로 왔고, 

친정에서 집으로 온 이후에는 다시 분유를 며칠 먹이게 되었다.

다시 밤에 유축을 시작한 이후에 젖양은 늘었고, 

가끔 저녁에 당일 새벽의 젖을 먹일 때 외에는 이틀 정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비닐 팩에 넣어 냉동실로 옮겨 얼리게 되었다.


이유식을 먹일 때 쯤이나 수유 간격이 더 길어지게 되면 밤중 수유를 끊어볼 생각이다.

이유식을 먹이게 되면 젖 외에도 영양을 보충할 수 있게 되고,

수유 간격이 길어진다는 것은 아이의 먹는 양도 늘고 빠는 힘도 쎄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지금보다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5. 수유 간격 (수유 텀)...


분유를 먹는 아기는 수유 간격을 맞춰 먹인다고 한다.

분유는 힘들이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에 먹고 배가 불러 나른해질때까지 먹다보니, 

적당히 배가 부른 것을 넘어 과식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유를 먹는 아기는 빠는데 힘이 들기 때문에 적당히 배가 부르면 그만 먹게 되고,

소화 속도 또한 모유가 분유보다 빠르기 때문에 수유 간격도 짧고, 

특히나 어릴 때는 모유를 먹는 아기들은 수시로 먹게 된다고 한다.

배가 고플 때의 신호를 잡아서 먹이면 좋다는데 이부분은 나도 아직 어렵다.


아기가 변을 누지 않아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애기 상태는 좋지만 무게도 많이 안늘고 있다며

수유 간격을 2시간 정도로 벌릴 것을 권하였다.


수유 간격은 이전 수유 시작 시간부터 다음 수유 시작 시간으로 보기도 하고,

이전 수유 종료 시간부터 다음 수유 시작 시간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나의 경우 전자 - 이전 수유 시작 시간부터 다음 수유 시작 시간 - 으로 생각하는데-


줄기장창 물리고 있던 젖을 안물리자니 애는 울고 굶기는 것 같고 마음이 안편했다.

그래서 나름의 꼼수를 쓴 것이 물릴 때는 길게 물리자는 것..

한 쪽에 30분씩 한시간을 물리고 한시간을 안물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얼마나 길게 물려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이들 얘기하는 것이 한 쪽에 15분이다.

처음엔 고여 있는 젖부터 먹으니 양이 많으나 사출이 몇번 되고 나면 먹는 양이 적게 되고

처음 5-10분 내에 70% 이상을 먹을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사실 젖은 아이가 물고 있으면 계속 실시간으로 나온다고 한다. 

다만 고여 있는거를 먹는 것보다는 시간 대비 먹게 되는 양이 적다고.


억지로 2시간 간격으로 늘렸지만 어느 순간 1시간 반으로 다시 짧아졌었고

아이의 잠투정을 배고픔과 구분할 수 있게 되어 안아서라도 재우게 되자 

갑자기 간격은 3시간으로 늘어났다.


좀 더 지나면 한시간 정도 더 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은 있지만,

일단 베이비위스퍼 책에서 본 '먹고 - 놀고 - 자는' 패턴이 자연스럽게 잡히게 되어

나도 아이가 먹기 좋게 젖을 준비하며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단, 아이를 재워야 한다는 또다른 과제가 생겨버렸지만.



6. 수유 시간...


한번 수유할 때 몇분을 먹이느냐..

이것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이다.

가장 간단한 답은 "애기가 입을 뗄 때까지"이다.

애기가 배부르면 입을 떼요~

정말 부러운 답글이였다...

처음에 줄구장창 물고 있게 했고, 밤잠은 젖물려 재우다보니.. 

잠이 들어 떨어질 때 말고 스스로 입을 떼는거를 보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되었다.

그리고 처음에 수유 간격을 맞추면서 길게 물리는 버릇을 들인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젖물리는 것은 먹이는 것과 빠는 욕구의 충족, 두가지를 위한 것이라고 본다.

50일전후로 애기들은 손을 빨게 된다.

자의로 손을 입으로 가져가 빤다는 발달과 관련된 것도 있지만,

수유 간격이 길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엄마의 젖 혹은 젖병을 빠는 시간이 줄어들어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채우기 위한 행동이기도 한 것 같다.


아이와 엄마의 교감- 눈마주치면 예쁘지만 엄마가 묶여있는 상태라 이건 잘 모르겠다.

나는 아이가 스스로 떨어지기 전에는 한쪽에 20분씩 물렸다.

보통 한쪽에 15분 물리라고들 하는데, 아이와 엄마가 적당한 시간을 찾으면 될거 같다.

나는 아이의 빠는 힘도 좀 약한거 같고, 빠는 욕구도 있고 해서

15분씩 했을 때보다 20분씩 했을 때 애가 좀 더 편해보였다.


어느 날인가부터 아이가 스스로 빼는 순간이 왔고,

때로는 5분, 7분만 물기도 한다.

충분히 먹었나 불안하지만 어차피 물려도 다시 빼기 때문에 아이에게 맡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7. 젖이 맞춰지는 순간...


모유가 부족한 것 같다고 글을 올리면 시간이 답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다.

한달만에, 두달만에, 세달만에 젖양이 맞춰지더라는 댓글들.

궁금했다. 젖양이 맞춰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젖이 충분한지에 대한 판단은 소변기저귀와 체중 증가로 본다고 한다.

모유 먹는 아기들은 분유 먹는 아기들보다 체중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고들 하는데,

어른들도 잘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 있는지라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변 기저귀 개수는 몰아 싸는 아기와 자주 조금씩 싸는 아기가 있기 때문에 애매한 것 같다.


내가 젖양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시작한건 내가 적응이 된 순간이였던 것 같다.

분유를 안먹인지는 한참 되었고, 가끔 새벽에 유축한 젖을 먹일 때만 있었지만-

더 먹여야 하는데 내 고집으로 덜 먹이는건 아닌가에 대한 고민이 스트레스의 주 원인이였다.


예방접종 하고 와도 걱정했던 것 만큼 크게 아프지 않고,

감기나 중이염 등의 질병도 없이 잘 웃고 잘 놀고 잘 싸기 때문에 건강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체중 증가 속도는 어느 주는 200g 늘기도 하고 어느 주는 정체되기도 해서 신경 안쓴다.


먹고 나서 눈이 마주치면 방긋 웃는 아가 얼굴이 나에게 가장 힘을 주었던 것 같다. ^^



8. 대변 횟수...


모유가 부족한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더 키웠던 것이 대변 횟수였다.

조리원에서는 분유를 주식으로 먹으며 하루에 한번씩은 대변을 누던 아기가,

집에 와서 12일동안 변을 보지 않았다.

작고 작은 아기의 뱃속에 변이 가득 차있는건 아닌지, 정말 너무 모자란건 아닌지.


검색해보니 모유만 먹는 아기는 2주, 혹은 3주까지 대변을 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기들은 배변 횟수보다 배변할 때 힘들어하는 것을 변비라고 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대변을 눌 때 전혀 어떤 신호도 없이 소리만 요란하다...


2주에 한번씩 대변 보기를 몇차례 하고 언젠가부터 1주에 한번,

요즘은 1주에 1-2번에 가끔 하루에 두번 누기도 한다.


체질상 먹는 것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소변으로만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뒤집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몸을 많이 비틀기 때문인지 이전보다는 좀 자주 싸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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