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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결혼

5년치 와인의 공구, 셀프와인

결혼 준비를 하면서 처음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부분이 생겨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두 집안의 결혼이고, 둘 다 결혼한 사촌이 있다보니 굳어진 것이 있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전혀 연결되지 않는 아이템들을 준비하는 상황에 

툭 튀어나오는 다른 것.. ㅋㅋ


이런저런 얘기 하다 나온 것 중 하나가 친척분들 선물이였다.

나는 사촌 결혼식에 몇번 가봤지만 따로 받은 것은 없던 것 같은데~

시댁은 다르다고 하니 살짝 고민을 시작.. 하고 있었다.


요즘들어.. 

고민은 책꽂이에 책 꽂아놓듯 한켠에 쌓아놓고 제목만 흝어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잊지 않되, 너무 고민하지 않는 자세랄까.. -_-

안그러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을 것 같으니깐.. ㅋㅋ


답례품도 그런 목록 중 하나였는데, 좀 우연한 기회에 해결하게 된 것 같다.



주말에 바람도 쐴 겸, 플래너님 보러 박람회에 갔었는데-

나가는 길에 셀프와인 상담을 하는 걸 보게 되었다.

이전 같으면 신경도 안썼을텐데 일단 내 고민 목록에 있는 답례품을 떠올리고,

앉아서 아이스 와인 두 종류를 맛보게 되었다.


사실 집에서도 복분자니 머루니 넣어서 과실주를 담그는데, 와인도 뭐.. 

고가의 와인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면 이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 20병부터 만들 수 있고 10병 정도 단위로 제작이 가능하고..

와인 가격도 한병당 14000원부터 2만원이 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슬쩍 보니 아이스와인은 양이 작아서 그런가- 보급을 위한 건가- 

생각보다는 그리 비싼 축은 아니였다.

아주 술을 잘 드시는 분이 아니라면. 

병도 너무 크지 않고 먹기도 부담되지 않는 아이스와인이 좋지 않을까?

(아이스와인은 375ml, 다른 와인은 750ml 병에 담는데 

병 높이는 고만고만하고 아이스와인 병이 길~쭉~ 날~씬~ 하다.. ㅋㅋ)


박람회에 가서 가계약하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가계약 하고 왔다.

라벨도 원래 추가금이 든다고 하지만 이것도 공짜이니- 

와인 가격 + 부가세 10%만 내면 된다.. +_+


다행히 우리 커플은 둘다 술을 살짝 즐기는 정도는 잘 마시는지라.. 

양쪽 집안 다 금주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그래서 와인을 만들러 다녀왔다.


박람회에서 가계약한게 1월 26일, 와인 만든게 2월 3일이니 거의 바로 간 셈이다.. ㅎㅎ


이렇게 와인 만드는걸 박람회에서 아주 처음 안 것은 아니다.

꽤 오래전 아버지 지인 아들 결혼식에서 사진을 붙인 와인을 받아오신걸 봤었고-

결혼 준비 하면서 여러 블로그에서 사진을 봤던 것 같다.


셀프와인은 예전에 초등학교 다닐적에 도자기 굽던 것과 비슷했다.

주어진 재료로, 어느 정도 만들어놓고 이름 붙여놓고 오면- 

나머지 어렵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부분은 전문가의 손에 맡기면 되는 것이였다.


시음부터 제작까지 한시간~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해서 전날에 예약을 했었고,

시음은 6종류? 정도 한 것 같다.


셀프 와인의 본사는 캐나다에 있고 캐나다에서는 200여종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5개 정도인가.. 어느 정도 종류가 정해져 있다고 했다.


셀프와인 홈페이지: www.selfwine.co.kr

셀프와인 영등포점: www.selfwine.net


원래는 60병을, 박람회에서 먹은 두 아이스 와인 중 리슬링 아이스와인으로 하려고 했는데-

(Riesling Icewine, 아 진짜 달다 달다..)

여기서 먹어보니 또 다르다. 리슬링도 맛있는데 레드 아이스와인이 더 맛있었다.

(full name은 까베르넷 프랑 레드 아이스와인.. Cabernet Franc Red Icewine)

역시 괜히 할인까지 해서 미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슬링이 좀 더 가격은 쌌지만..-_-; 

맛난거로 하는게 나을거란 생각에 레드 아이스와인으로 결정.


예전에 들은 기억에 아이스와인은 처음에 실수로 언 포도알로 와인을 만들어봤다가 

맛있어서 계속 만들었다던데 ㅋㅋ

점장님 설명으로는 살짝 언 포도알은 건포도같이 꼬들~ 해져서 

짜내어도 액이 많이 안나오지만 

그 와중에도 오묘하게 맛있다고 한다.. ㅋㅋ 

음.. 여튼 달아서 디저트 와인으로 좋다고들 한다.

캐나다에서 특산품으로 밀고 있고 기내 면세에도 판다. 코스트코에도 있고.

근데 기내 면세로- 1인 1병으로 사면서 양 작은거 사려면 아까울듯..-_-...

예전에 캐나다에 갔을 때 홀짝 홀짝~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고, 도수도 상대적으로 낮고.



그리고.. 5년 보관해주신다는 말에 혹해서.. 

5년간 먹을 와인도 쟁겨놔보자고.. 남친을 졸랐다..;;


혹시 애기 돌잔치를 하면- 가까운 친척만 부를거지만 그래도 답례품으로 쓸 수 있고,

둘 다 술을 즐기는 정도로는 마실 수 있으니.. 가끔 마셔도 좋을 것 같았다.


(근데 쓰다보니 이거 뭔가 양립할 수는 없겠다. 임신하면 수유할때까지는 금주 아닌가? -_-...)


그래서 한종류 더 해서 30병을 추가해서 총 90병을 했다.

추가한 종류는 레드와인으로 했다.

추가한건 French Cabernet Sauvignon 프렌치 까베르넷 소비뇽. 


피노누아 라는 와인은.. 레드이면서도 달았는데, 아이스와인이 있으니까.

잠시 둘러보다 본 거로- 샴페인 만들때도 쓴다는 것 같다.

(피노 누아가 포도 품종인가? -_-...)


50병 이상은 두종류 가능하고, 70병 이상은 세종류 가능하다는데-

나중에 보니 포장이 30병 단위로 되어 있어서 우리는 딱 좋았다. 30, 60.. +_+


만드는건 간단하다면 간단한.. 힘이 좀 필요한 작업이였다.

원액을 통에 붓고, 산소가 잘 녹아들도록 젓고, 비중을 맞춰주고, 효모? 를 넣고..


레드와인 원액은 농축해서 갖고 오는거라 정수액을 좀 더 넣어야 했고,

아이스와인 원액은 원래도 레드와인 원액보다 적었지만 그대로 놔두면 되었다.

레드와인이 750ml x 30병, 아이스와인이 375ml x 60병이라 비슷비슷했다.. ㅋㅋ


레드와인은 원래 오크통에 넣고 발효시키는건데 

오크통이 비싸고 구비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되니 오크 분말을 넣는거라고 했다.

나중에 걸러내고 담는다고 했다.

아이스와인은 오크 분말은 안넣었고 효모를 두배로 넣었다.


효모 외에도 맑은 술을 위해 흡착+침전을 하는 물질도 넣고 산화 억제제도 넣었다.

산화 억제제는 실리카겔 같은건 아니고.. 

산소를 다른 것보다 빨리 흡수하고 날라가는 물질이라고 했다. 선발대 같은?;

와인 병을 열면 뻥~ 하고 날라가는거라고 하셨다. ㅋㅋ


부으라면 붓고, 섞으라면 섞고, 옮기라면 옮기고.

정말 체험행사 같았던 이유 중 하나는 점장님께서 사진 찍으시는 코스가 있었다는 것..;

어떤 동작, 어떤 폼, 어느 각도에서 찍을지도 편~하게 시키시는대로 하면 되었다.

원하면 와인 뒷라벨에도 붙여주신다고 했고 사진도 보내주신다고 했다.

후기에 넣으라고 하시는 것 같은데.. 

나는 내 기억이 날라가기 전에 후기를 쓰는게 좋아서.. 후다닥~ -_-ㅋㅋ


좀전에 문득 든 생각이,

앞 라벨에는 분장하고 찍은 웨딩 사진이 있고, 뒷 라벨에는 생얼인 작업샷이 있으면..

비포 앤 애프터.. 혹은 이렇게 달라졌어요 인증? ㅋㅋㅋ

그래서 뒷라벨은 살짝 작게 해주시나보다.. ㅋㅋㅋ


커~다란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통 같은 통에 담아놓은채 놔두면..

열흘에 한번 정도 옮기고 옮기고~ 걸르고~ 하는건 전문가들께서 해주신다고 한다.


다른 사람 후기를 보니 코르크 작업이나 실링, 라벨 부착도 할 수도 있는 모양인데-

재밌어보이긴 하지만..

우리가 결혼 날짜에 임박해서 그거 하러 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_-;;;



다 만들고 휘릭~ 하고 오기는 아쉬운 마음을 아셨는지-

간단한 미니게임도 할 수 있었다.

문에 걸쳐져 있는 농구대에 미니 농구공 넣기, 골프 홀에 넣기.

농구도 안친하고 골프도 안친한데.. ㅋㅋ 점장님께서 살짝 봐주셔서 기념품도 받아왔다.


한시간 정도 생각하고 갔는데 거의 딱 한시간반 걸렸다. 1시반에 가서 3시쯤 나온 듯.



라벨은 나중에 사진 보내드리고 디자인 정할 수 있다고 하고..

돈은 입금해드렸으니..

이제 사진 보내고 라벨 정하고 찾으러 갔다 오면 된다.


훗훗..

임신하면 와인을 못마실텐데.. -_-.. 

나중에 남편 혼자 마시면 옆에서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하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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