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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잡념

시간 투자.

예전에 교육대학원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은 나보고 아깝다고 했다.

난 그 말이 싫었다.

단순히 점수 때문에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웠고,

외국 대학 > 카이스트.포공 > 서울대 > .. 등으로 대학을 감히 일렬로 세워놓고,
 
특히나 자기가 나온 대학을 폄하하는 것 같아 싫었다.


그 때 내가 잠시 대학원 진학의 마음을 접었던 것-

차라리 그 때 좀 더 부모님과 부딪혀봤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반드시 교육대학원이 아니더라도, 다른 길을 찾아야 했더라 해도.

그분들의 딸은 "꼭 대학원에 가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셨던 뜻을, 그 과대평가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시간을 많이 들여 공부해서 좋은 학점을 받은 사람은 아니다.

수업시간에 수업을 듣는게 너무 재미있었고,

수수께끼 풀듯이 수학문제 풀듯이 풀어나가는게 재밌었다.

과거형으로 썼지만 사실 아직도 그렇다.

선생님들의, 교수님들의 압축된 지식을 풀어나가는 것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하지만 그건 앞뒤 생각하고, 어떤 이유 때문에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였다.

그저 내가 해보고 싶어서, 아니면 숙제이기 때문에 풀어야 하는 것..

부모님께서 주신 좋은 머리 덕분에 이리저리 부딪혀가면서-

한문제를 세시간씩 잡고 푸는게 재밌었다.


하지만 대학원에 와서 해야 하는 연구는 다르다.

이전 연구에 어떤 것이 있고, 그것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 문제를 나는 이러한 방법으로 풀어보았다.

이것이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 contribution.

다른 사람이 이전에 했던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 되고-

따라서 논문을 많이 읽어봐야 하고 많이 부딪혀봐야 하는 것.

'공부'와 '연구'는 다른 것.


대학원에 안오려고 했던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연구를 재밌게 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감정 기폭도 크고 선호와 비선호의 구분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가 재밌지 않은 것에 몰두할 자신이 없었다.

대학원에 온지도 어느덧 6학기째. 학부로 치면 3학년이다.

지금 느끼는 것.. 생각만큼 재미가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미까지 찾아가면서 문제를 푸는 것은 아직도 재미가 없다.

왜? 라는 물음에 대해 풀어나가는 것이 아직도 어렵다.


교수님은 나에게 시간투자를 더 하라고 말씀하셨다.

많은 논문을 읽고,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했는데 석사 기간 동안 충분한 연습을 못했다고.

지금 좀 늦은 편이다. 하지만 낙담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늦지 않았다. 열심히 해라...


몇번이나 들은 말이다. 특히 박사과정 온 이후 교수님께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기도 하다.

교수님 보신대로 나는 시간을 많이 들여 노력해서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사실 논문을 꼼꼼히 읽기 보다는

사전 찾듯이 관련 연구로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가며 읽었다.

조급한 마음에 요령을 핀 것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 같다.


예전에 선배들이 그랬다.

연구는 시간을 많이 들인 만큼 결과를 보여주니 참 좋은 것 같다고.


지금에 와서 나의 3년을 돌릴 수는 없다.

외국에 살다 온 후배 같이 영어 논문을 잘 읽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전히 답답하고 조급하지만,

앞으로는 좀 바꿔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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