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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리뷰

달팽이의 뿔

yes24.com에서 리뷰어 신청을 해서 당선되고, 받은 책이다.
권정현 작가의 장편소설로, 권정현 작가는 1970년생이며 2002년에 등단했다.
이 책도 그 즈음에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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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에는 소설의 주인공은 은영 같다.
너무 연구에 빠져서 은영과 오랫동안 골이 깊어진 아버지는 실종되고, 어느 날부터 실종된 아버지의 이름으로 시사지에 5부작으로 연재되는 '다시 쓰는 동한연의'.
그녀가 속해 있는 부서에서 추척하는 문화재, 칠지도와 다섯병정상. 다섯병정상은 그녀의 아버지가 연재하는 동한연의의 다섯 주인공을 만든 상이다.
겹치는 우연과 어딘가 안풀리는 고리는 계속 책장을 넘기는 동력이 되어준다.

동한연의를 읽다보면,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은 고대 중국사를 다룬 책 같다가도,
<다음 호에 계속> 이라는 문구와 함께 은영이 다시 등장하면서 부터는 어김없이 한창 선거가 진행중이던 2002년 무렵으로 돌아온다.
은영이 사는 세계는 지금의 우리 모습의 일부를 보는 듯하다.
대통령 선거를 하면서 상대 후보를 비난하기에 바쁜 다섯명의 대통령 후보들.
개발이냐 문화재 보존이냐를 둘러싸고 생기는 대립구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남은 장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시사지의 마지막 연재가 끝나고, 은영은 한순간 독자들은 알지 못했을만한 우연들까지 이어붙여 그동안 풀지 못했던 고리를 풀어낸다.
허무한 결말이였다.
좀 더 많은 사람을 등장시키던가, 아니면 여운을 남기는 방향은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작가는 한장의 작가후기에서 왜 이 책이 달팽이의 뿔이라는 제목을 갖게 되었는가를 남겨놓았다.
"시간이라는 페이지에 역사를 새겨온 인간의 모든 행위란 어쩌면 <장자> <칙양편>의 우화처럼 한낱 달팽이 뿔 위의 몸놀림에 불과한 것을..."
이라는 말로.
어쩌면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쓴 책이기 때문에 이토록 끝이 허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마다의 명분을 가지고 나라를 엎어보려던 동한연의의 다섯 무리들, 몇날 며칠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다섯병정상을 추격하던 은영.
그들은 결국 달팽이의 뿔 위의 몸놀림을 했던 것 뿐이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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