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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리뷰

만년필 길들이기.

길들이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린왕자이다.

만년필을 나에 맞게 길들이고, 나 역시 만년필에 길들여지는 과정.. 그런게 필요한 한달이였다.


만년필을 제일 처음 접해본 것은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할 때 였다.

학자이셨던 외할아버지는 만년필을 많이 쓰셨고, 일어를 많이 쓰셨던지라 가는 촉을 위주로 쓰셨다.

유난히 가벼운 만년필이 두자루 있었는데, P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는 무슨 만년필인지 알 수 없었다.

할머니께서는 가벼워서 좋다고 하시면서 한자루는 할머니께서 쓰시고 한자루는 나 쓰자고 하셨는데,

알파몰에 가지고 가봐도 무슨 만년필인지 모른다면서

카트리지를 이것저것 끼워봤지만 들어가지지 않았다.

지인을 통해 일본의 플래티늄이란 곳의 만년필이며,

카트리지를 수입대행 하려면 배송료가 들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었다.


그 이후 만년필에 관심은 생겼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저가 위주로 만년필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보니 yes24에 플래티늄이 들어왔다고 했다.

카트리지도 있고,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았고, 이벤트도 하고 있었다.


데스크펜을 주는 이벤트는 선착순이였기 때문에 좀 서둘러 질러야 했고,

6월에 할머니 생신까지 생각해서 스탠다드 F촉을 두개, UEF 촉을 한개 구입했다.

결과적으로 스탠다드 F촉, UEF 18K, 데스크펜 EF촉 세 종류의 촉을 한꺼번에 경험하게 되었다.


만년필은 길들이는 시간이 들기 때문에 리뷰는 천천히 쓰려고 마음먹었었다.

리뷰 이벤트 마감은 15일까지여서 많이 넉넉하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70% 정도 길들인 것 같다.

가장 처음부터 쓰기 쉬웠던 것은 F촉이였다.

이전에 쓰던 라미사의 EF촉보다 가늘고 긁히는 느낌도 없는 것이 촉의 밸런스가 잘 맞나보다 싶었다.

하지만 데스크펜 EF촉과 UEF촉은 카트리지를 끼우고 나서 잉크가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고,

긁히는 느낌도 처음에는 좀 심했다.

역시 가늘다보니 이런가보다 싶었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지만 간단한 메모나 필기를 자주 하고 매일 일기도 쓰기 때문에

매일 어느정도 펜을 쓸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학생 신분에 고가의 펜을 다룬다는 것 때문에 조심하고 아껴쓰려고 했지만,

종이와 펜은 아껴쓰면 안된다는 말을 듣고 열심히 사용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


성격이 급해서 처음에 카트리지를 끼고 잉크가 안나올때는 촉을 아래로 가게 해서 놔두기도 하고,

주사기로 촉에 잉크를 묻히기도 하면서 잉크가 나오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잉크가 나오게 되었을 때에는 몇분 쓰다보면 끊기고 안나오고 그랬다.


필기를 하다보니 어느 순간 데스크펜이 잘 나오기 시작한 순간이 있었다.

아무래도 줄을 긋고 하다보니 그런 것 같았고, 특히 세로로 선을 그을 때 잉크가 뚫리는 느낌이였다.

그렇게 몇번 3시간씩 수업을 들으면서 필기를 하다보니 데스크펜은 어느샌가 잘 나오게 되었다.


UEF는 시간이 좀 더 많이 들었다.

설명서에 UEF가 안나온다고 절대 누르지 말라고 되어 있는 것과 금촉이 잘 휜다는 부담감 때문이였다.

며칠 전부터 끊김 없이 잘 나오고 하는 것을 보니 이제서야 좀 길이 든 것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도 많이 찾아봤지만 만년필 길들이는건 요령같은 것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많이 쓰고 꾸준히 쓰는 것이 길인 것 같다.

정 답답하다면 점성이 좀 적은 잉크를 쓰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F촉, EF촉, UEF촉 모두 가늘게 나왔다.

분명 차이는 있지만 한 펜을 며칠 쓰다 보면 거기에 익숙해져서 차이에는 좀 둔감해졌다.

단지, 다른 펜으로 바꿔 쓸때 느낌이 확 오는 정도. ^^

그리고 같은 펜을 같은 사람이 써도 굵기가 때에 따라 다르게 나왔다.

처음에는 만년필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때 잉크 색이나 굵기 같은 것에 관해 사진을 찍은 것도 봤는데,

굵기는 내가 쓸때도 매번 다르게 나왔기 때문에 사진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잉크 색의 경우 사진을 통해 보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이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몇장 찍어 보았지만 리뷰에 같이 올리지는 않도록 하겠다.


라미 EF촉보다 플래티넘 F촉이 얇고,

촉이 가늘기 때문에 잉크도 좀 엹게 나오는 것 같았다.

일본의 세일러 펜 F촉과는 플래티넘 F촉이 비슷한 정도의 굵기였다.

흑색의 경우 플래티넘 잉크의 원래 속성인지 촉이 가늘기 때문인지 몰라도 좀 회색에 가깝게 보이고,

파커 파란색 잉크를 데스크펜에 사용해보았는데도 엹은 느낌을 받았다.


펜의 무게도 매우 가벼운 편이였다.

특히 스탠다드 F촉의 경우 밸런스와 두개 중 고민하다 일부러 더 가벼운 것을 샀었다.

손에 힘이 없어서 무거운 펜은 오래 필기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가벼운 펜을 선호하는 편이며,

사람에 따라 적당히 무게감 있는 펜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

아무래도 펜의 무게가 굵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펜이 가벼운 것 역시 세필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많은 펜을 사용해본 편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펜과의 비교 같은 것은 힘들 것 같다.

종합하면 플래티넘 펜들은 가벼운 편이고, 부담이 없고, 충분히 가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벤트로 데스크펜을 받고 하면서 전화로 통화하게 된 직원분들이 매우 친절했으며,

혹시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겨도 망설임없이 문의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형 문고나 알파몰 같은 문구점에서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하는 점과,

데스크펜의 경우 살짝 세워서 꽂아놓을 수 있는 거치대가 있으면 사용이 더 편리하겠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가격때문에라도 거치대가 별매로 되던가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유품을 보고 알게 된 것이지만 플라스틱 만년필의 경우 뚜껑의 끝이 약하기 때문에 좀 살살 다루는 것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


http://www.yes24.com/24/goods/2929820#Review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