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잡념
강아지도 나이를 먹는다.
유수
2009. 7. 23. 13:08
강아지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는게 보인다..
사람처럼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하는건 아니지만-
하얗기만 하던 배 가죽에 마치 할머니 할아버지 손등에 거뭇거뭇한게 생기는 것 마냥
점같은게 점점 늘어나고..
전만큼 움직이지 않아도 저녁이 되면 푹 잠들어 있는다.
할머니 할아버지 잠꼬대하시는 것 마냥 잠꼬대도 곧잘 한다.
하지만 눈치는 날이 갈수록 늘어서..
아빠께서 주차하시는걸 보고, 엄마께서 강아지한테 "아빠께서 곧 들어오신다"고 얘기하면
반가워 하면서 귀 세우고 현관문 앞으로 달려가서 기다리고-
밤이 되서 아빠께서 오실 시간이 되면 현관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누워있는다.
한번 내 품에서 강아지를 떠나보냈고,
이 녀석도 언젠가는 이빨이 다 없어져 딱딱한건 못먹게 되고, 못 뛰고, 못 걷게 될 것이고.
강아지가 나이먹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은 가끔 두려운 일이 된다.
이녀석이 나보다 먼저 저세상 갈 확률이 매우 높고,
난 이녀석이 저세상 가면 며칠을 울게 될 것이다.
한때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으면 덜 괴롭지 않을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정을 덜 주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젠..
보고 싶고 그리워서 우는 것 보다
못해준게 가슴에 맺혀서 우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내 온 마음을 다해서
이뻐해주고, 사랑해줄 것이다.
(사실.. 우리 강아지 같은 녀석 안이뻐할 수 없기도 하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