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를 중시하신다니 '큰' 명예(인정)와 '큰' 돈이 함께 오는 직업이 얼마나 극소수인지 차차 판단하시길 빌겠습니다. 또 그런 직업을 얻는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요.
작성자님 표현에서 논의의 소지가 있는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회사는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곳이 아닙니다. 회사는 봉급을, 그것도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짤리지 않고 받는 곳입니다. 회사=능력을 펼치는 장이라는 식이 성립하려면, 작성자님이 정말로 아주아주 뛰어난 능력을 가지셔서 큰 회사의 기둥과 같은 존재가 되거나, 아니면 회사가 아주 아주 작고 힘없는 곳이라서 작성자님 정도의 말에도 휘둘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전자는 엄청 힘들고 후자는 재미없죠.(아 돈도 적고) 또 여자가 취직하기 힘들다..?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보이는 차별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당연히 차별 존재합니다. 너무 너무 당연히 존재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여성차별이기 때문에 본인이 힘든 건지 아니면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 힘든건지 헷갈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슬픈건, 대부분 두 경우 다 해당된다는 거.
그렇지만 작성자님께 어리다 어쩌다 글이 있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않습니다. 우리 시기에 반드시 거치고 넘어가야하는 생각이죠. 그 단계를 거쳐온(혹은 거치지도 않고 바로 먹고 살기에 올인한) 더 고학번 분들이 보기엔 지금 취업시장에 불이 그것도 아주 대화재로 난거를 아나 모르나 이런 이야기 나올지 모르지만, 자신이 무엇을 정말 잘하고 앞으로 뭘 해야할지를 한번 생각해보는게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다만 작성자님은 그 접근이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이상적이라는 건데, 그 이상을 이룰 수만 있다면 저를 포함한 누구도 작성자님한테 뭐라고 못할 겁니다. 그게 어려우니 문제지. 얼마나 어렵냐고요? 무지, 무지하게요. 아 여기서 이상이란 님이 생각하는 내용, 방식 그 자체가 다 이상적인 겁니다.
글을 왜 길게 썼냐면요, 작성자님이 생각하는 바가 제가 예전에 생각하던 바와 아주 아주 아주 비슷하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지금의 신념 생각, 사고방식을 생각을 대학교 4학년 때까지라도 일단 가져가실 수 있다면, 현재 뜻하는 바가 무엇이든 현재 능력이 어떠시던 간에 이루어질 확률이 정말 높아진다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말로 앞으로 2,3년 동안 매우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취직문제에 시달리고, 다른 사람들 말에 흔들리고 또 스스로도 자질과 적성에 방황하며 "어 이게 아닌가" 이러며 걱정하고 - 그러고 난 뒤에 어떤 결론이 나온다면, 그 결론은 최소한 20대에는 유효한 그런 결론일 거란 이야기 입니다. 그게 선생이든 교수든 번역가든 공무원이든 뱅커든 기계공이든 뭐든 간에요.
제가 만나본 대학생들은.. .대학생이라도 하더라도 저학년 때 작성자님처럼 진로에 대해서 한번 진지한 고민을 해본 사람은 소수였고(이거 칭찬임다) 또 그걸 졸업 후까지 가져간 사람은 정말 더 극소수라는 말이죠. (이건 경고)
대부분 꺾여요. 현실에 부딪히면. 님처럼 파릇파릇한 고민을 하던 것이 어느덧 어떻게 해야 연봉 더 많은 곳에 취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안정적인(일 오래할 수 있는) 직장에 취직할까로 바뀐단 말입니다.
여기 계신 선배님들이 "그런거 걱정하는게 얼마나 배부른 소린지 아냐" 라는게 그런 맥락이에요. 스펙 걱정, 영어, 면접, 기타 등등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제 적성이 과연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은 굉장히 순진하게 들릴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순진한 질문 맞고. 적성이 다 뭡니까. 돈이 최곤데. 오래 해먹는게 최곤데, 가정 챙길 수 있는게 최곤데. 방학 주는게 최곤데 <- 님이라고 이런 반응을 몇 년 후에 안한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길게 쓴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본인의 진로관을 지금같이 '이상적인 이유로' 계속 견지해 나갈 자신이 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갈것. 둘째, 안 그럴 것 같으면 빨리 때려치고 현실적 직업 세계에 눈을 뜰 것.
선택은 스스로가 알아서. 전 제가 가지 못한 길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론 전자를 지지하지만, 정말 힘든 길이죠.
누가 그랬죠. 높은 이상을 잠시 갖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유지해 나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