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적이/잡념
방황?
유수
2008. 11. 11. 22:47
난 분명 막내였는데. 이제는 나보고 맏언니 역할을 할 때라고 한다.
경험이라면 경험이겠지. 그런데 난 더이상 사회에서 막내 역을 할 수는 없다는 생각-
이후 졸업해서 어디 취업을 해도 난 막내일 수 없을 것이다.
배 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른다. 속 편한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어쩌면 이 어려운 시기에 취업 걱정 없이 학교에 퍼져 있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엄마 뜻 따라 쭉 대학원 가고 교수직 하고 살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어려울거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남들도 하는거 난들 못하겠냐-라는 생각으로..
고2때 고3이 되기 두려웠지만 남들 다 하는거 그냥 거쳐가자는 생각으로 넘겼는데.
12년동안 하던 공부에 연장으로, 그 통밥으로, 그리고 부모님께서 주신 좋은 머리로-
나름 재밌게 수업 들으면서 4년을 보냈고,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았다.
통금이 있어서 집에 제시간에 안들어오면 혼난다는 압박 이외에는,
내 시간 내가 쪼개서 숙제하고 시험공부하고. 챗바퀴같은 생활일지언정 좋았다.
1학년때 몸 불살라보기도 하고, 2학년때도 그 연장선에 활동하고,
3학년 방학때 운전면허, 계절학기, 화장도 배우며 나름 열심히 생활하고,
3학년때 전공 학점을 거의 다 채운 덕에 4학년때는 헬스며 살사, 요가까지 해봤다.
그리고 뮤지컬에 거의 미치도록 빠져서 1년 넘게 살아본 적도 있다.
그때 너무 좋았던 걸까? 만족을 못하는 걸까?
어쩌면 나는 아직 흔들거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컴퓨터학이 맞는지, 지금 있는 곳이 맞는지를 따지기 이전에-
내가 왜 대학원을 왔을까?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걸까?
4학년때 들은 수업에서 말하는 비전- 나는 그게 없어서 이런걸까.
졸업생 선배들이 연구실에 오거나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 늘상 하는 인사가 있다.
연구 잘 되가?
일이년 후면 이게 "졸업 준비는 잘 되가? 졸업해야지-" 로 바뀌겠지.
요즘 거의 유일한 취미인 웹질도 나름 줄이려 노력하고,
열심히 해보려고 하고 있다.
연말이라 닥치는 프로젝트, 시작해야 하는 프로젝트 속에서도,
지금 내 사수인 언니와의 약속은 지키고 조금씩 논문을 써보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노력하는게 잘 되간다고 표현하면 되는걸까?
어찌되었든 지난 5월에 투고했던 논문이 이번달이면 게재되고,
어제 어떻게든 쓴 논문을 투고했다.
논문을 투고했으면 연구가 잘 되가는걸까?
이전에 학부때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요구조건만 채우면 만족했었다.
요구조건을 채운 결과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적은 보고서.
그런데 논문을 쓸때는 만족이 잘 안된다.
뭔가 미진한게 자꾸 걸리고, 논문을 쓰다 보면 허점이 보인다.
어쨌든 내지 뭐- 하면서 내고 나면 뭔가 털어버리는 기분이다.
일단은 지금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고 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교훈으로 어울릴법한 말이지만 늘상 마음에 들던 말이다.
내 욕심이 어디까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앞을 보자.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