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앞에는 논이 있었다.
약간의 밭과 대부분의 논- 색이 세번 바뀌는 동안 매일 봤고, 세번 바뀌고 졸업했다.
세번 색이 바뀌는 동안 익숙해졌고, 오히려 이벤트성으로 볼 수 있었던 노을을 더 기다렸다.
처음 대학 들어오고 내가 주인공이였던 것 같은 한해,
무언가 상실감을 조금 느끼면서 후배를 알아가던 한해-
그 이후의 날들은 그냥 반복이였다.
그리고 그런 반복이 계속되면서 나는 또다시 무뎌졌다.
졸업식,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한때는 정말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제는 행사로 붐비는 학교를 보고 계절을 느낀다.
간간히 내가 너무 학교에 오래 있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떠나면 그립겠지만.
나에게도 매우 고학번인 선배들- 딱 지금 신입생이 날 보는 정도의 차이의 선배들-
그정도 학번이 되는 선배가 연구실에 있고, 얼마 전에 그 선배의 동기들이 왔었다.
연구실 다른 사람들은 우리 연구실에 있는 선배보고 참 동안이라고 그러고,
고학번 선배들은 학교에 있으면 젊어진다는 말을 하던데..
난 내가 연구실에 있으면서 젊어졌다고는 생각이 안든다.
오히려 연구실에 처음 들어왔을때의 내 사진을 보면 참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한건가?
연구실 책상 위에 작은 거울 하나 놓고 자주 웃어야겠다.
행복해서 웃을 수도 있지만, 웃어서 행복해질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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