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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리뷰

영화 시사회, '친정엄마' (4월 22일 개봉 예정)

영화 친정엄마 공식 홈페이지: http://www.mom2010.co.kr/
뮤직비디오: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1932&mid=12699

얼마 전에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드라마를 본 적 있다.
실시간으로 본건 아니고.. VOD 서비스로 봤었는데.
박진희씨는.. 아주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감정을 잘 잡아내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김해숙씨..
요즘 주말에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보고 있고-
조강지처클럽, 소문난칠공주, 장밋빛 인생, 부모님 전상서, 여인천하, 가을동화..
참 많이 뵌 분이고- 찾아보니 80년대 초반부터 영화도 있으셨네..;

많은 사람이 나오는 영화는 아니지만 배우가 적어서 오히려 꽉 찬 드라마.. 그랬다.



나는 너땜시 사는데 너는 나땜시 죽겠으면 어떡하냐..
반복되고 반복되는 그 말. 그리고 제일 생각나는 말이다.

워낭소리 보러 갈 때도 그랬다.
아, 나 오늘 좀 울겠구나...

오늘도 그랬다.
좀.. 울고 나오겠다고..

부모님께 철없이 어리광부리는 사춘기 학생이든,
중년 어르신들이든.. 많이들 울고 나오실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시사회에서는 휴지를 나눠줬나보다...

엄마...

요새는 결혼하고 시어머니를 시엄마라고 하는 친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플때.. 가장 보고 싶고, 가장 부르고 싶은 이름은 엄마.. 일 것이다.

그래서.. 지숙이(박진희)도 엄마(김해숙)가 더욱 보고 싶었나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딸의 이름은 안다.
엄마는 딸을 '아가', '내새끼'라고 부르지만.
딸을 낳은 딸을 보고도 '아가'라고 부르지만..
어쨌든 지숙이다. 고지숙.

엄마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 관련 정보를 검색해봐도 '친정엄마'라고만 나온다.

어쩌면 영화에 나올 일이 없어 그렇겠지만 그래도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휴..

어디까지 써야 리뷰를 보고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간단하게 쓰면 한줄로 쓸 수 있는 얘기지만, 아직 여운이 남아 있다.

영화를 보고 갈 것이고, 거기에 미리 내용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더이상 읽지 않으셨으면. ^^

촌동네에서 다리 불편한 버스 운전기사 남편이랑 사는 아줌마.
첫 딸은 두돌이 되기 전에 세상으로 보내고.. 딸 하나 아들 하나 키우며 사는데..
딸 하나가 그저 자랑이고 세상 사는 낙인 사람이다.

자기 부부에게서 나오면 안되었을 것만 같은 그런 딸.
이쁘기도 이쁜 것이 학교를 보내놓으니 공부도 잘하고.. 그랬다.

자신은 공부 못해봤지만.. 딸은 공부 잘하니 대학도 보내줘야 한다고..
억척같이 모아서- 콩나물도 백원 깎아 사고, 두부도 반모만 사고.. 그랬다.

이쁜 딸.. 장학금을, 그것도 1등으로 타서 대학에 간댄다.
뭘 가족 멀리 보내냐고 군소리 하던 남편도 장학금까지 받아 간다니
슬그머니 입꼬리 올리며 사라진다.


학교 다녀오면 네가 제일 좋아하는거 아니냐며, 난 단거 싫으니 너만 먹으라며 주는 황도.
자식 입에 뭔가 들어갈때가 부모는 제일 행복할 때라고..
그렇게 볼 때 마다 엄마는 딸에게 밥먹으라고 한다.

밖에서 안좋은 일 있으면 전부 집에 와서 엄마에게 푸는 아버지가 싫었고,
아버지한테 맞고 눈이며 입이며 팅팅 부은채로 학부모 참관일이라고 학교 오는 엄마도 딸은 싫다.
엄마도 싫고 아버지도 싫어 서울 가겠다고 이 악물고 공부했고,
서울예전에 합격했다.

서울로 올라가던 날.. "무거워서 미안하다 아가.."라면서 엄마가 안겨준 가방에는..
좋아하는 황도와.. 라면봉지 몇개에 담은 동전들이 가득 차 있었다.

서울에 올라오면서 지고, 이고 온 보따리에는 과일이며 황도 통조림이 있었고..
이거 다 서울에서도 구할 수 있는건데 왜 사왔냐고 하니-
알지만, 보자마자 먹이고 싶어 다 싸들고 왔다고 하신다.
과일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깨지자..
얘가 깨진건 안먹는데 어쩌지.. 라고 하신다..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결혼하고 하면..
다음번에 올 때는 이곳이 네 집이 아니고 친정이라던 말..

사춘기 시절 나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전문대 졸업 학벌이며 집안 때문에
애인의 어머니가 반대했지만..
그래서 엄마가 나도 이런 결혼 싫다고 박차고 나오셨지만..

못난 부모 때문에 고생만 한 딸이
부모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도 못하게 되었다며
엄마께서 무릎 꿇고 빌어서..
결혼도 그렇게 하게 되었다.

딸을 낳고.. 엄마는 "니 딸보다 내 딸이 더 이쁘다"라고 하신다.
그리고.. "엄마도 나 낳을때 이렇게 고생했어? 앞으로 잘 할게.."라고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진 못하고..
본인 살아 있는 동안 김치는 꼬박 해줄거라는 엄마한테..
앞으로 김치는 그냥 사서 먹을거라고 해버린다.


어느 날 밤.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엄마의 전화.
맨날 때리기만 했는데 왜 이렇게 보고 싶냐는 엄마의 말..
그리고 아버지와의 추억이라곤 없을 줄 알았지만..
딸 먼 곳에 보내면서 돌아서던 모습..
밤에 공부할 때 먹으라고 황도 사오시던 모습..
그렇게 아버지를 떠나 보내고 시골 집에는 엄마만 남아 계신다.

왜 이혼하지 않았냐고 했을 때..
다 너 때문이라고. 내가 없어지면 내가 하던 일 다 네가 해야 하는데..
나 하나 잘되자고 내 자식들 고생 시키냐고 하시더니..

이번에도..
같이 가시자고, 왜 혼자 남아 계시냐고 했을 때..
다 너 때문이라고. 속상해서 어디든 가고 싶을 때 올 수 있게 그 자리에 있겠다고..
그렇게 남으셨다.


2박 3일의 시간.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남편과 딸을 모두 서울에 놔둔 채..
홀로 내려와 친정에서 보낸 짧은 시간..

성질머리 다 어디 간 듯.. 안하던 짓 하는 딸에게..
무슨 일이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안 엄마는..
둘째 날 밤에 사위에게 전화를 해서 딸이 췌장암 말기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제 서울 가면 언제 다시 오냐는 딸의 말이 그지없이 서글프다..
그날 밤.. 딸과 엄마는 등을 마주한채 잠을 못이룬다..

엄마는.. 기차역에서..
내가 널 지킬거라고. 내가 널 모르냐고-
넌 절대 나보다 먼저 가지 않는다고, 무서워하지 말라 하셨다.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도 딸을 낳은 일이요,
세상에서 가장 잘못한 일도 딸을 낳은 것이지만..
다음 번에도 꼭 내 딸로 태어나달라는 말..

하루가 지났으니 딸을 볼 수 있는 날도 하루 가까워 졌는데..
엄마가 무식해서 잘 찾아갈 지 모르겠다던 말..

딸만 생각하고 그리는 마음이 애잔하다.



아들만 둘 있는 이모께서 우리 엄마한테 그러셨다.
나는 내 자식이 애 낳느라 고생하는거 안봐도 된다고.

영화엔 남동생도 있고- 부사관으로.. 군대 가 있었는데..
아빠께서는 동생 입대날과 5주 훈련 기간에 기분이 아련하셨던 것 같다.

그게 부모고 자식인거 같다. 한세대 한세대.. 그렇게 겹쳐가며 내려가는 것.


한창 미친듯이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잠시 뿌리치고 갈 만큼 욕심이 났던 영화이고,
두 배우의 연기도 그렇고.. 보고 나서 참 잘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





+. 오늘 갔던 영화관에 관해.
드림 시네마. 이전 이름은 화양 극장, 작년 5월부터의 새 이름은 서대문 아트홀이라고 한다.
( 홈페이지: http://www.sdmarthall.com/ )
단관 극장- 영화 상영관이 한개이며 700석 규모라고 하는데, 극장이라기보다 강당 같았고..
매우 천장이 높아서 겨울에는 난방이 잘 안된다는 안내문도 써 있었다.
그럭저럭 의자도 편하고 괜찮았으나-
팔걸이가 고정이고, 좌석이 좀 더 경사졌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단관 극장이다보니 서울극장, CGV 같은 곳과 같이 매점이 크지 않고,
대기할 공간도 상영관 규모에 비해 넉넉하지는 않다.
위치는 5호선 서대문역 8번출구에서 나가자마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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